정부가 656.9조 원으로 편성한 2024년 예산안
김진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부가 656.9조 원으로 편성한 2024년 예산안을 내놓았다. 이와 같은 정부 예산안은 2005년 이후 지난 20여 년 동안 전년 대비 예산 증가율 차원에서 역대 최저 수준인 2.8% 증가한 것이다. 잇단 세수 부족에 대한 뉴스와 각종 감세 정책을 포함하는 세법 개정안을 내놓은 현 정부의 긴축 기조가 고스란히 담긴 예산안이라 볼 수 있다. 실질성장률과 소비자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과 다름없다. 이와 같은 접근이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요동치는 생활 물가변동 등을 반영한 적절한 예산안인지 의문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에만 40조 원에 이르는 세수 결손이 발생하였고 많게는 59조 원에 이르는 세수 결손을 바라보는 현 상황에도 불구하고1), 앞서 언급한 각종 감세 정책을 내놓으면서 다른 한 편에서는 재정정책 운용의 주요한 원칙으로 재정건정성 강화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해온 점을 고려했을 때 이와 같은 부적절한 예산안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세원은 쪼그라드는데 세금을 더 걷는 방법도,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 확보의 길도 스스로 막아놓고 모자라지만 있는 돈으로 살림을 꾸려갈 테니 주민들은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내라고 선언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예산안은 사실상 민생을 위한 정부 재정정책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며, 이 정부의 무책임함과 무능함, 어려운 민생에 대한 무감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예산 설명자료는 2024년 예산 편성의 기본 방향을 지난 23년 기존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전환한 데 이어, 올 2024년에는 강도 높은 재정 개혁을 통해 재정의 체질 개선에 중점을 두고, 약자복지, 미래준비 등 재정이 반드시 해야 할 일에 과감하게, 제대로 투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아래 그림에 보인 바와 같이 민생안정, 경제활력, 국민안전, 미래대비를 목표로 “따뜻한 동행을 위한 약자복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미래준비 투자”, “경제활력 제고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그리고 “국가의 본질 기능 수행을 뒷받침”하는 데 예산을 중점적으로 투자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실상 삭감에 가까운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놓고 민생을 챙기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기만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2).
이 글은 2024년 보건복지와 사회보장 관련 예산 가운데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안의 분석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장에서는 전체 보건복지부 예산안의 규모, 사회복지와 사회보장 영역별 예산의 규모와 비중, 전년 대비 변화와 양상에 대한 분석 결과를 제시하였으며, 총론적 성격의 이 장에 이어 사회보장과 보건복지 분야별 각론적 성격의 분석 글을 기초생활보장, 영유아 보육, 아동·청소년 복지, 노인 복지, 장애인 복지, 보건의료, 그리고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등으로 구분하여 정리하였다.
2024년 정부 예산안 총괄 분석
정부는 2024년 총예산액을 656.9조 원으로 발표하였는데 이는 전년 예산 대비 18.2조 원 증가한 것으로 비율상으로 2.8% 증가하였다. 지난 정부 5년 동안의 평균 예산 규모 증가율이 8.6%, 새 정부의 첫 예산안인 2023년 예산안이 전년 대비 5.2%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예산안의 증가율은 이례적으로 작은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표 1-1> 참조)3).
정부 출범 직후부터 재정 운영 정책 및 경제정책의 기조로 직전 정부의 확장재정에서 벗어나 건전재정으로 전환하겠다는 점을 강조해온 기조가 정부 출범 첫해인 2023년 예산안보다 더욱 본격적으로 관철된 예산안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 편으로는 잇단 감세 정책을 내놓으면서, 다른 한 편으로 재정건전성 강화를 강조하는 상호 충돌하는 모순적인 행보를 지속적으로 보여온 점을 고려했을 때 세출 규모의 보수적 운영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긴축적 재정정책과 예산안 수립 기조는 현재 한국 사회 주민이 직면하고 있는 민생 위기를 고려했을 때 매우 우려스러운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2년 넘게 지속되었던 코로나 재난이 과거의 일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2022년 4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에 비해 50% 가까이 증가한 1,000조 원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4), 감염병 재난이 우리 민생에 미친 여파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감소 경향이 뚜렷하다고는 하나 노인빈곤율은 여전히 OECD 압도적 1위인 점,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급속한 고령화, 1인 가구와 비친족 구성 가구의 증가 등으로 인해 노인 돌봄과 의료비용이 급속히 증가할 전망인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현 정부의 긴축적 접근이 현재 우리 주민들이 직면하고 있는 민생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방안을 실현하는 데 적절한 것인지 우려스럽다.
이러한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가 긴축적 재정 기조를 고수하는 근거로 급격히 늘어나는 국가부채의 문제를 들고 있는데 이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림 1-2]에 보인 바와 같이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직전 정부의 집권기였던 2018~2022년 동안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림 1-3]에 보였듯이 2010~2020년까지 10년에 걸쳐 국가채무의 증가율이 그림에 포함된 국가들 가운데 상당히 높은 수준임에는 틀림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현재 대한민국 국가채무의 비율은 여전히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안정된 수준이다. 정부는 재정건전성 관리 강화를 통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고, 2027년 말까지 국가채무 비율을 50%대 중반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5).
하지만 2021년 현재 OECD 평균 국가채무 비율이 89%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그 절반을 조금 넘는 50.4% 수준인 우리 사회가 당면한 민생과 인구구조의 변화에 대한 사회정책적 대응을 위한 적극적 재정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현시점에서 긴축 중심의 보수적 접근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재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예산 규모를 넘어 좀 더 구체적으로 분야별 예산을 살펴보면 새로운 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그림 1-4] 참조). 분야별 예산 분석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분야별로 구분했을 때 실제로 예산 규모가 감소한 영역이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교육에서 6.9% 감소, R&D에서 16.7%, 일반 및 지방행정에서 0.8% 감소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1-5]). 다음으로 보건·복지·고용의 예산은 올해 전체 예산의 37.0%로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전체 예산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한 편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이 올해 7.5% 증가로, 4.1%였던 작년에 이어 올해도 그 증가율이 상당히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보건복지부 예산안 총괄 분석
2024년 보건복지부 예산은 작년에 비해 12.2% 증가한 122.5조 원이며, 전체 복지부 예산의 40%는 각종 기금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년 대비 증가율의 측면에서 복지부 예산 규모의 증가는 기금 분야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복지부 예산을 지출 분야별로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보건의료 부분의 예산 규모가 전년 대비 20%가량 줄어든 것이 가장 주목할 만하다. 그 외에 분야별 분포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는 영역은 공적연금 지원으로 전년 대비 19.3% 증액한 분야로 나타나고 있다.
다음으로 보건복지와 사회보장 전반에 걸쳐 주요 분야별 예산에 대한 분석 결과를 간단하게 기술하였다.
기초생활보장
기준중위소득 인상 및 선정 기준 상향에 따른 결과로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의 경우 생계급여 규모가 1.5조 원 가량 증가하여 보건복지부 관할 예산 기준 9.3%, 주거급여와 교육급여 등 타 부처 예산까지 포함한 경우 전체 8.8% 증가하였다. 코로나19의 피해로부터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대규모 전세 사기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 민생 파탄의 국면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저소득층 한시생활지원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액 순감한 점은 우려스러운 점임.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이 여전히 남아있으며, 자활급여의 단가가 낮은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보육
2024년 예산안에 드러난 보육 정책의 특징으로 부모 급여의 영유아보육 예산 초과, 가정양육자 대상 시간제 돌봄 확대, 민간 어린이집 운영 인센티브 보조, 보육 인프라 사업의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이관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공공 보육의 축소와 가정 양육의 장려라는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다. 현 보육지원강화 예산 사업들이 출산율 제고, 양육 부담 완화, 여성고용률 증대, 건강한 아동 발달, 성평등 가족 등 수많은 정책 목표에서 서로 상충하고 있는 가운데, 단기간의 현금지원으로 돌봄 휴직을 장려하는 가정 양육 정책은 장기적으로 한국 사회의 역량을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의 인프라는 부족하고 또한 질 높은 서비스의 보육환경이 마련되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개인의 선택지가 충분하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보육을 사회적 소비로 안착시키는 재정 전략이 다시금 확인되어야 한다.
아동·청소년복지
아동·청소년 예산은 전년 대비 약간 감소했으며, 그 정도는 작년의 감소 추이와 유사하다. 이는 아동인구 감소를 고려한 자연 감소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하지만 대표적인 약자인 아동·청소년 예산을 감소시켰다는 점에서 약자복지 기조와는 배치되는 예산 편성이라 할 수 있다. 교육예산을 제외한 한국의 아동·청소년 예산이 OECD 최하위 수준이라는 점에서 아동·청소년복지예산은 감소분의 적극 사용을 넘어 더 많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현 정부가 강조하는 약자복지의 맥락에서 아동발달지원계좌, 자립준비청년자립지원 체계 구축, 난임부부 지원, 미숙아·선천성이상아 지원, 25인 이상 지역아동센터 추가 인력 지원 등의 예산이 크게 증가한 것은 약자복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지역아동센터 환경개선비와 학교돌봄터사업비를 전액 삭감하고, 아동 관련 연구비를 대폭 삭감한 것은 약자복지와는 배치되는 예산 편성으로 해석된다.
노인복지
노인복지예산 증가율이 보건복지부 예산의 증가율, 사회복지 예산의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고 노인복지예산이 보건복지 예산과 사회복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전년 대비 감소하고 있는 등 2024년 노인복지예산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책정된 것으로 평가하였다. 기초연금은 노인복지예산의 78.8%를 차지하여 노인복지예산에 대한 기초연금의 지배력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기초연금 이외의 기타 노인복지사업을 위한 예산은 2024년 약 5조 4천억 원에 불과하고 향후에도 기초연금 예산에 밀려 여타 노인복지사업 예산의 성장 탄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우려된다. 2024년 예산안을 통해 봤을 때 이 예산안에 반영된 노인 정책 방향이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이나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에 담긴 고령사회 대응 전략과 조응하지 않는다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각종 계획에서 약속한 바 노인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보건의료
법률에 규정한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을 매년 누락해 건강보험재정확충을 방기함으로써 국민들의 실질의료비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건강보험재정충원을 방기하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사회정책기조인 ‘사회서비스고도화(서비스산업화)’와 ‘약자복지’ 차원에서 약자복지는 생색만 내고, 보건의료산업화는 적극 추진하려 하는 방향성이 드러난다. 사회적 약자 진료 및 감염병 대응에 필요한 공공의료 부분 예산을 상당 부분 삭감하여, 사실상 ‘약자복지’ 측면에서도 취약계층의 보건의료부분 대응 문제를 드러낸다. 여기에 전면 시행해야 할 상병수당 관련 시범사업예산을 축소한 것도 보편적 사회보장에 대한 역행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국가의 기본책무를 방기하면서도 보건의료 연구개발사업에는 약 834억 원을 증액했다. 문제는 이런 증액 사업도 대체로 백신 사업과 같은 신종감염질환 예방사업연구는 삭감하고 디지털, 바이오산업 분야에 추가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들 디지털, 바이오헬스 분야도 1,000억 원 이상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견제 사업의 하위파트너 혹은 추격 사업자로 설계되어 있어 그 효용성이 심히 우려된다. 보건의료부분은 요약하면 공공의료포기 및 의료민영화 추진 예산안이다. 현 정부의 광범한 긴축 기조가 주로 공공사업에 집중되고 있고 이를 통해 민간공급자의 비중이 증가하게 된다는 점에서 총체적으로는 보건의료민영화 예산으로 결론 낼 수 있다.
장애인복지
‘약자복지’를 표방하는 정부이지만, 장애인복지 예산을 지난 정부와 차별화될 만큼 확대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으면서 나머지 예산들은 동결하거나 삭감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장애인복지예산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장애인활동지원의 경우 이전까지의 증가율을 유지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고, 사업 확대 등 유의미한 증가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는 발달장애인 지원 사업 역시 그 규모가 크지 않은 반면,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 장애인 사회참여 기반 조성 등은 동결되거나, 예산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미한 수준이다.
현 정부가 약자복지와 더불어 함께 내세우는 복지 분야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인 사회서비스 고도화와 관련하여 이 정부가 의미하는 사회서비스 고도화는 대상자 확대, 고품질 서비스, 양질의 공급자 육성 등에 있는 데 반해, 이 정부 예산안에는 개인예산제를 제안하고 있다. 개인예산제는 단순한 돌봄이 아닌 분절된 서비스를 연계·통합하는 융합형 돌봄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고품질 서비스 전략의 예로 제시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뿐만 아니라 2026년 본사업 추진을 2년 앞둔 내년 예산에는 고작 226개 기초 지자체 중에서 8곳만을 지정하여 모의 적용하는 것으로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활동지원 수급자 중 5%만 대상으로 하여 전체 참여자 규모가 210명에 불과한 수준이다.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복지 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강화를 위해서는 읍면동 중심의 돌봄·사례관리가 보다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하며, 이는 예산의 지속적인 확대 투입을 필요로 함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복지 전달체계 관련 예산은 전년도 대비 오히려 줄었다. 사회서비스원의 경우에도 공공인프라 확대를 위한 예산 반영은 고사하고 기존 시도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예산의 삭감으로 양질의 공공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난 선도사업보다도 적은 규모의 예산으로 새롭게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반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의 혁신과제는 고도화라는 이름의 산업화·시장화가 아니라 공공성 확보에 있으며, 이는 결국 정부의 재정 책임성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1) KBS. 2023/09/18 “올해 세수 59조 원 부족…‘사상 최대’ 결손 원인과 대책은?”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76687
2) 참여연대. 2023/08/29 ‘민생 내팽개친’ 윤석열 정부의 2024년 예산안. https://www.peoplepower21.org/tax/1946236
3) 2024년 정부예산안 홍보자료에 따르면 2024년 총지출은 2005년 이후 20년내 역대 최저 증가율이다
4) 참여연대. 2023 “[논평] ‘민생 내팽개친’ 윤석열 정부의 2024년도 예산안”, https://www.peoplepower21.org/tax/1946236
5) 기획재정부. 2024년 예산안 홍보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