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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에 대한 비판적 검토

by 루스벨라 2023.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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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대책으로 가사관리사 도입, “한 명 한 명 잘 길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대통령의 발언(대통령실, 2022.9.27.)을 실현

 

 

 

 

 

 

 

 

장주영 이민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 필요성에 대한 정부의 관점

2023년 9월 1일, 국무조정실은 제39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 및 제2차 외국인력통합관리 추진 TF에서 고용허가제(E-9)의 일부로 ‘외국인 가사관리사’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국무조정실, 2023.9.1.). 국무조정실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12월부터 서울시를 대상으로 100명 규모의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도입되며, 사업의 목표는 가사 및 육아돌봄 부담 완화이다. 2022년 말, 고용허가제 개편방안의 일환으로 가사·돌봄 영역의 고용허가제 도입을 발표한 이래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에 대한 정부의 발표는 그 사업의 목적부터가 매우 혼란스럽다.

 

2023년 5월 23일, 윤석열 대통령은 저출생 대책으로 가사관리사 도입을 검토할 것을 국무회의에서 지시하였다. 5월 25일에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관련 공개토론회’를 개최하여 청소·간병·육아 등에 외국인력이 필요하다는 사업계획을 밝혔다(고용노동부, 2023.5.25.).

 

고용노동부에서 내세우는 사업의 목적은 내국인 종사 인력이 감소하고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에 저출산 대응과 여성의 경력 단절 방지를 위해서는 외국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고용노동부, 2023.5.25.). 그런데 7월 31일 진행한 공청회에서 발표한 계획안에는 돌연 육아 부담이 있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가사·육아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며 일반 가사나 간병보다 아동 돌봄에 중점을 둔 사업으로 방향성을 전환하여 소개하였다(고용노동부, 2023.7.31.).

 

9월 1일 국무조정실 발표에 이어 고용노동부는 9월 2일에 가사서비스 이용 수요는 높아지는데 내국인 인력은 고령화되고 축소되어 맞벌이 부모의 가사·돌봄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발표하였다. 

 

이 제도의 도입을 둘러싸고 가장 논란이 많은 부분은 임금 수준이며, 정부에서 계속해서 내세우는 부분도 가사서비스의 비용을 낮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허가제의 일환으로 시행할 예정인 제도이기 때문에 시범 사업에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기로 하였다.

 

고용노동부는 현재의 돌봄 서비스 비용이 “통근형은 시간당 15,000원 이상, 입주형은 개구인 월 350~450만 원(서울 기준, 중국동포 월 250~350만 원)”으로 너무 비싸 외국인 근로자를 유입하여 이 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2023.7.31.). 고용노동부는 돌봄 서비스 비용 기준에 현재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아이돌봄서비스의 시간제 기본(시간당 11,080원) 및 종합 서비스(시간당 14,400원) 비용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국민이 외국인 가사관리사와 직접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업체에서 파견하는 방식인데,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파견하는 업체의 수수료 수준이나 지불 주체를 묻는 필자의 질문에 대해 공청회를 개최한 부서(외국인력담당관)는 시장 가격에 따라 형성될 것으로 생각되며 가사노동 담당 부서가 아니라며 답변을 회피하였다.

 

그렇다면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의 실제 비용은 다음과 같이 예상할 수 있다. ①이용자가 최저임금(가사관리사)과 수수료(업체)를 지불, ②이용자가 지불한 최저임금에서 가사관리사가 수수료를 업체에 지불, ③이용자와 가사관리사가 모두 업체에 수수료를 지불, 또는 ④정부가 업체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네 가지 경우이다. ④의 경우를 제외하면 이용자나 가사관리사가 최저임금만 지불하거나 최저임금을 보장받지는 못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조정훈 의원 등이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정책 실험의 근거”를 만들자는 법안을 상정하였다(조정훈 외, 의안번호 2120819, 2023.3.22.).

 

서울특별시에서는 오세훈 시장이 계속해서 최저임금 미만을 지급하여야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의 실효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중앙일보, 2023.8.2.). 최저임금을 주지 않고 외국인 가사노동 인력을 쓸 수 있도록 외국인 유학생을 활용하여 해외의 오페어(Au Pair) 제도처럼 취업 분야에 가사·돌봄을 쓰자는 안도 논의되고 있다(고용노동부, 2023.7.31., TV조선, 2023.9.5.). 

 

제도의 도입 목적, 최저임금 지불 논란, 허용 대상 등 정부가 시작한 이러한 논의들은 정부가 돌봄, 특히 자녀 돌봄을 바라보는 관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녀를 갖는 것이 인생의 과업이 아닌 2030 세대에게 정부가 앞장서서 육아란 고되고 비싸고 부모의 일에 방해가 되지만 아무나(심지어 외국인 학생도) 대신할 수 있는 일이니 각자 외국인 노동자를 저렴하게 고용하여 자녀를 키우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 제도가 전달하는 메시지의 어디에도 자녀를 낳고 돌보는 기쁨이나 가족의 가치, 아동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돌봄 환경의 조성 등은 찾아볼 수 없다. 자녀를 낳아야 할 이유를 보여주지 않으면서 이 제도가 저출생 해소의 방안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의 본질이 “돌봄”임에도돌봄 영역의 특성이 외국인 노동자의 도입에 있어 어떤 고려를 요구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미약하다. 돌봄은 몸에 대한 노동, 생존과 생활을 돕기 위한 노동이며, 관계성이 그 핵심 요소이자 윤리적 가치를 포괄하는 개념이다(진미정 외, 2022).

 

제도를 고용허가제 세부 영역으로 포함하는 방식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이 제도의 대상이자 결과는 “사람”이다. 사람을 돌보는 일, 특히 스스로를 돌보기 어려운 영유아, 아동처럼 취약한 이를 돌보는 일에 대해 세밀한 설계와 부작용에 대한 검토 없이 출생률이 늘어나는지에 대한 “정책 실험”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한 명 한 명 잘 길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대통령의 발언(대통령실, 2022.9.27.)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과는 거리가 멀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계획

 

 

돌봄서비스의 허용을 위해서는 어떤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무슨 영역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적절한지, 돌봄을 받는 대상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추정되는지에 대한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돌봄은 돌봄 대상인 아동의 생애 전반에 걸쳐 발달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부모-자녀 관계나 부부 관계 등 아동을 둘러싼 가족관계에도 파급되기 때문에 돌봄 방식을 결정할 때는 그 영향력 전반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단순가사 수행은 부작용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육아에 대해서는 이용가능성과 실효성, 돌봄제공자의 자격 요건에 대해 제도를 치밀하게 설계하고 그 파급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현재까지 공개한 내용들을 종합해 볼 때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 검토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자격요건으로는 만 24세 이상, 관련 경력·지식·어학능력 평가, 범죄이력 등 신원검증, 마약류 검사를 제시하고 있고 가사와 육아(아동학대 방지 포함) 관련 기술, 위생·안전 등 기초 실무, 긴급상황 대응 등에 대해 입국 전후로 150시간 이상의 교육을 실시한다고 계획하고 있다. 현재의 시범사업 계획은 정부 주도로 운영되는 가정 내 돌봄서비스 사업인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사업과 비교할 때 제도의 구체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여성가족부의 ‘2023년도 아이돌봄지원사업 안내’에 따르면 아이돌봄사업을 수행하는 아이돌보미는 서류심사, 인·적성검사, 면접 심사를 거쳐 이론 과정 교육과 현장실습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면접 심사에서는 평가 항목으로 ▲아동인권 등 가치관 ▲아동양육 관련 전문지식 및 경험 ▲인성 및 성격 ▲활동 지속성과 성실성 ▲면접 태도 ▲적극성 등에 각각 배점을 부여하고 평균 60점 이상을 획득하고 인·적성 결과에 문제가 없어야 선발될 수 있다.

 

면접심사에 통과하여 선발된 후에는 시·도 지정 교육기관이나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 80시간의 이론 교육을 수료해야 한다. 아이돌봄중앙지원센터에서는 양성교육을 위한 교재를 개발하고 교육기관을 관리한다. 양성교육 분야는 ▲아이돌봄 직무의 이해(12시간) ▲아동안전·건강관리(12시간) ▲아동권리 및 학대예방교육(8시간) ▲영아돌봄(20시간) ▲유아돌봄(14시간) ▲학령기 아동돌봄(14시간)의 총 80시간이다.

 

수강자는 20만 원의 교육비를 지불해야 하며, 6개월 내에 120시간의 아이돌보미 의무 활동을 완수해야 15만 원의 교육비를 환급받을 수 있다. 이론 교육 외에도 현장실습을 해야 하는데 현장실습은 아이돌보미에 따라 2~20시간을 이수한다. 현장실습은 활동 중인 아이돌보미와 2인 1조로 실제 이용자 가정을 방문하여 실습을 진행하게 된다.

 

이용자 가정 방문 실습이 어려울 경우에는 보육시설의 실습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한국의 자녀 돌봄 문화와 언어에 익숙한 이들도 아이돌보미가 되기 위해서는 82~100시간의 아동 돌봄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 전혀 다른 문화와 언어권 출신의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 단순 가사를 포함한 모든 교육을 150시간 이수하게 하고, 파견업체가 90시간 이상의 사내교육 커리큘럼을 제시하도록 하여 커리큘럼의 적합성과 질을 담보하기도 어렵다.

 

이외에도 아이돌보미는 돌봄 대상인 아동의 관찰사항(일상생활, 아동 발달, 건강, 특이사항 등)을 매일 가정에 구두, 수첩, 서면, 통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전달해야 하는데, 이 정도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확보는 쉽지 않다.

 

특히 아동의 돌봄과 관련된 생활 용어와 한국어는 다른 직종의 외국인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한국어와도 차이가 크다. 아이돌보미와 관련된 안전사고의 보상을 위해 손해배상 보험 가입이 필수적이며, 아이돌보미에 대한 처우나 아이돌보미의 돌봄 행동 등에 대한 갈등 상황이 발생하였을 경우의 대처 절차 또한 구체적으로 지정되어 있다.

 

다자녀를 돌보는 경우에는 자녀의 연령에 따라 한 명의 아이돌보미가 몇 명까지 돌볼 수 있는지를 규정하고 있다. 아이돌봄지원사업의 제공기관은 전담 인력을 보유해야 하는데, 전담 인력의 자격으로는 건강가정사, 사회복지사, 유치원·보육교사 자격자, 관련 분야 학사 이상 소지자나 2년 이상 실무경험자를 상근으로 요구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시행할 서울시에서는 중랑구를 제외한 모든 구에서 가족센터가 아이돌봄지원사업의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돌봄지원사업이 가장 이상적인 돌봄 지원 서비스라고 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아동의 돌봄과 관련되어 필요한 영역과 발생 가능한 위험성 등을 체계적으로 고려하는 측면에 있어서는 이 제도의 내용이 외국인 가사서비스 시범사업의 계획에서 간과된 영역들을 드러내고 있다.

 

아이돌보미의 시급은 아이 돌봄만 담당하는 기본형의 이용요금이 11,080원, 가사도 포함하는 종합형의 요금이 14,400원이다.

1) 고용노동부는 2023년 10월 16일 시범사업 서비스 제공기관을 2개 선정하였다. 고용노동부가 9월 15일에 게시한 서비스 제공기관 모집공고문을 살펴보면 파견업체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 1주 30시간 이상의 근무 시간 보장이 가능해야 한다. 현재 고용노동부가 내세우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장점은 파트타임으로 고용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맞벌이 가족에서 자녀 돌봄 때문에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시간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유사한 시간대이고 이러한 특성 때문에 아이돌보미 사업도 매칭이 어렵고 배정까지의 대기 시간이 길다.

 

파트타임일 경우에는 소요되는 이동시간도 상당한데, 이를 고려하여 30시간 이상의 근무 시간 보장을 어떤 방식으로 할 수 있는지, 또 아이 돌봄이 가능할 정도의 언어능력과 자격을 갖춘 외국인 노동자가 더 많은 시간을 근무하고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타 직종으로 이탈할 가능성은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은 공개되어 있지 않다.

 

업체의 평가 기준에는 운영 경험(10점), 서비스 제공 능력(50점), 관리능력(40점)을 제시하고 있는데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파견과 관련된 전문성, 서비스 제공기관 내 통역 상주 여부 등은 세부 내용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아동 돌봄에 대해서도 육아서비스 수행 가능 여부에 대해서만 수행 시 10점의 가점을 부여하였다.

 

가사관리사 교육의 체계성은 관리능력 점수 중 10점에 불과하다. 이용대상자의 매칭에 대해서도 업체가 한부모, 다자녀 여부, 거주지역 등 고려하여 균형 배분하여 선정·매칭하고, 시범사업 취지에 맞는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고용노동부, 서울시, 제공기관이 협의하여 진행할 것이라고 되어 있다. 

 

서비스 이용 대상을 업체가 자의적으로 선택하게 하는 것은 서비스의 이용 실태와 문제점, 개선 방안에 대해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시범사업의 특성상 시범사업의 효과성을 파악하기 어렵게 한다. 특히 이 사업에 세금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이용자-가사관리사 매칭’(25점)을 중점으로 업체에 이용자 선정을 맡겨 운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현재 서울시에서 1억 5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숙소, 교통비, 통역비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서비스 제공기관 모집공고문에서 업체가 숙소 마련 방안과 근무지 간 이동 수단 운영 계획을 업체가 제시하도록 하면서 이에 대해 서울시가 예산을 지원하는 이유는 의문이다.

 

또한 아동 돌봄을 하는 가사관리사에게 통역이 필요할 것을 상정한다는 것은 이들의 한국어 소통 능력이 돌봄에 필요한 수준 이하일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을 보여준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서비스 제공기관에 사업 준비를 위한 초기 운영비(교육비, 운영관리비, 시스템개발비 등)을 일부 지원한다고 모집공고문에 제시하였다.

 

외국인 노동자의 규모는 대폭 확대할 계획을 발표하였으면서도 2024년도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지원 예산은 0원으로 책정한 것과 대비되는 방향성이다.

 

 

 

 

한 명 한 명 소중하게: 아동의 돌봄 받을 권리

윤석열 대통령은 아동 한 명 한 명을 소중하게 잘 길러내야 한다고 하였으나,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에서 아동을 소중하게 기르려는 관점은 보이지 않는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함을 천명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서비스 제공기관 선정위원회는 외국인력, 가사·돌봄, 행정 분야 내·외부 전문가 5인 이내로 구성된다고 고용노동부 모집공고문에 기재되어 있는데, 선정위원 전문영역에 아동 발달 전문가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양질의 돌봄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함께 돌봄 인력에 대한 요건을 국가자격화 수준으로 확립해야 한다는 논의는 이미 활성화되었다.

 

앞서 설명한 아이돌보미의 경우에도 「아이돌봄지원법」에서 아이돌보미 양성 교육 수료를 요건으로 하고 있으나 단순 교육 수료를 넘어선 자격 시험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이주민은 동포와 결혼이주여성인데, 이들은 한국어로 소통하고 한국 가족문화에 대한 경험과 유사성이 높음에도 이들과 이들을 이용하는 가족, 파견업체에서는 여전히 언어와 가족 문화의 차이에 따른 문제점이 제기된다고 언급한다(김유휘 외, 2021).

 

언어와 문화적 차이가 큰 외국인을 돌봄 제공자로 허용하는 것은 현재 시범사업 계획에 나온 언어나 경력 등 자격 요건2)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아동 돌봄에 있어서 아동 최우선의 이익을 반영하는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아동 발달과 육아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현재 한국의 맥락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회의적이다. 

 

부모가 직접 자녀를 돌보지 못하고 대리양육자에게 돌봄을 맡길 경우, 건강한 돌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양육자와 대리양육자 간의 신뢰이다. 신체적으로 위해를 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신뢰의 최소 요건에 불과하다. 아동과 돌봄제공자의 관계는 아동의 신체, 언어, 인지, 정서적 발달에 장기적인 영향을 준다.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돌봄 행위, 즉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우는 것만으로는 어떤 발달 단계의 아동에게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이미 많은 한국 부모들에게 교육된 상황이다. 생산업체에서 외국인 노동자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것처럼 기본적인 한국어 소통이 가능하면 돌봄 행위를 지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돌봄 노동은 생산 노동과 달리 매뉴얼을 제공할 수 없다. 돌봄 노동에 사용되는 한국어 또한 성인의 사회생활, 직장생활에 필요한 한국어와는 다르다. 

 

 

아동의 돌봄에 수반되는 행위는 발달 단계, 아동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데, 부모들이 흔히 쓰는 ‘애바애’(케이스 바이 케이스의 변용형) 뿐만 아니라 개별 가족문화와 가치에 따라 고려해야 할 사항이 천차만별이다. 특히 첫 자녀인 경우에는 부모도 자녀 돌봄에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을 타인에게 지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발달의 정도가 급변하는 영유아기에는 더 힘들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문제에 대처하여 외국어(한국어, 영어, 또는 제3 국어)로 원활히 소통하는 것은 부모에게도 대리양육자인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도 불가능에 가깝다. 시범사업의 주 대상이 맞벌이 부부인데, 대리양육자에게 자녀를 맡기고 근무하는 경우에는 자녀의 일상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실시간으로 논의하고 지시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대리양육자의 의사결정권과 육아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한국어로 소통하고 문화가 유사한 동포 대리양육자에게 자녀를 맡기는 경우에도 차선책으로 이들을 택하는 사례가 많고, 돌봄에 필요한 세세한 부분까지 매우 구조화해서 지시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부모들도 받고 있다.

외국인에 의한 저렴한 돌봄노동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이 제도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포용이 아직 확고한 사회적 가치로 자리잡지 못한 한국 사회에서 시행될 때, 부모가 외국인 대리양육자의 의사결정권과 훈육을 포함한 육아 가치를 존중하고 권한을 위임할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돌봄에 관련된 모든 사람의 관계가 아동의 건강한 발달의 핵심이 된다. 대리양육자의 권한이 부모에게 존중받지 못하면 대리양육자에게 돌봄 받는 아동의 애착과 신뢰 형성 등 정서적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학령기 아동의 경우에는 이주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형성하거나 존중의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 돌봄을 받는 자신의 가치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필리핀 출신의 가사관리사를 상정하면서 주양육자와 대리양육자가 영어로 원활히 소통할 수 있고, 영어 사용자에게 돌봄을 받는 아동의 영어 실력도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양육자 간의 소통이 원활할 것이라는 가정은 차치하더라도 아동의 언어 발달은 상호작용의 맥락 속에서 사회적 가치와 문화를 습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리양육자를 존중하고 권한을 위임하지 않는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아동이 부모가 기대하는 수준의 영어를 습득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가족의 영역 안에서 일하고 가족과 같은 애정으로 아동을 돌보기를 기대하지만 가족과 같은 권한은 존중하기 어려운 돌봄 환경이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은 아닐 것이다.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태도와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가치가 향상되지 않는 이상,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의한 돌봄이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돌봄 환경이라고 보기에는 시기상조이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돌봄을 위해서는 다문화가족 지원 교육에 준하는 수준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와 한국인 이용 가정 상호 간의 가족과 돌봄 가치에 대한 이해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아동과 대리양육자 간의 애착 형성과 그 영향력 또한 이 사업에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 시범사업의 기간은 6개월이다. 시범사업 기간 이후에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할지 여부는 미지수이다.

 

6개월의 기간 동안 외국인 대리양육자와 애착 관계를 형성한 아동이 사업의 중단과 함께 대리양육자와 분리된다면 이러한 분리의 경험은 아동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다른 고용허가제 노동자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자격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사업의 대상자가 근무 환경이나 근로 시간, 급여 등의 이유로 이탈하여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그것이 아동의 정서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또 어떠할 것인가?

 

서비스의 대상이 아동임에도 아동의 입장, 양질의 돌봄을 받을 권리가 이 제도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자녀 돌봄은 부모의 의무이자 권리

가정 내 돌봄서비스 이용에 대한 수요는 낮다. 고용노동부는 시범사업과 관련하여 수요조사를 실시하였다고 발표했으나, 그 수요조사는 아동을 돌보는 상황에 있는 가족이 조사 대상이 아니라 “외국인 가사근로자 시범사업에 참여할 의향을 가진 19세 이상 기혼자” 1,044명3)이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기사들에서 ‘국민의 OO%가’ 또는 ‘기혼자의 OO%가’라고 표현하는 것은 조사 결과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다.

 

 

자녀 돌봄서비스 수요에 대해 대표성 있는 조사 결과로 볼 수 있는 것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1년도 가족과 출산조사」(박종서 외, 2021)이다. 조사에 응답한 미취학 자녀가 있는 3,010가구 중 50.8%가 가장 희망하는 돌봄서비스는 국공립·직장·민간 어린이집이며, 본인이나 배우자가 직접 돌보기를 희망하는 비율이 15.0%이고, 정부의 아이돌보미를 가장 희망하는 비율은 1.5%, 민간 돌봄서비스를 가장 원하는 비율은 0.7%에 불과하다.

 

미충족률, 즉 희망하는 비율에 비해 실제 이용률이 가장 낮은 서비스는 국공립어린이집이었다. 실제 이용 비율을 보더라도 민간 돌봄서비스를 1순위로 이용하는 비율은 0.1%, 정부 아이돌보미를 1순위로 이용하는 비율은 0.2%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2,209가구에서 방과 후에 이용하기를 원하는 돌봄서비스 1순위가 민간 돌봄서비스인 비율은 0.0%, 실제 1순위로 이용하는 비율도 0.0%였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구들이 1순위로 희망하는 돌봄서비스는 방과후학교가 23.6%, 초등돌봄교실이 11.8%, 사교육기관이 44.0%인데, 실제 1순위로 이용하고 있는 비율은 사교육기관이 64.0%로 가장 높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과 같은 민간 돌봄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극히 낮으며, 자녀 돌봄의 대리양육자가 필요한 경우에 확충을 요구하는 서비스는 공적 기관에서 수행하는 돌봄서비스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돌봄 현실을 외면하고 외국인 가사관리사라는 대중적 수요가 없는 제도에 공적 자원을 체계적 검토 없이 투입할 경우, 이 정책이 목적으로 하는 저출생과 여성 경력 단절 현상의 개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개별 가족에서 고용하여 가족 내에서 돌봄의 역할을 스스로 책임지도록 하는 것은 양질의 공적 돌봄서비스 확대와 돌봄의 사회적 책임 의식 확산을 통한 가족 돌봄과 공적 돌봄의 공조 관계를 추구하는 시대적 움직임에 역행한다는 문제점이 있다(진미정 외, 2022).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한국리서치가 15개국 대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녀를 기쁨이라고 느끼는 비율보다 부담이라고 느끼는 비율이 높은 도시는 서울과 도쿄뿐이다(허정원, 2023). 서울시민 응답자의 81%는 자녀를 경제적 부담으로 여기며, 아이의 성장을 보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라는 응답자는 68%에 그친다.

 

 

자녀가 경제적 부담인지, 부모의 자유와 커리어를 제약하는지와 같은 자녀 돌봄에 따르는 현실적 문제에 대한 인식은 2030세대 안에서도 자녀 유무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런데 자녀를 기쁨이라고 느끼는 자녀의 긍정적 가치에 대한 태도는 무자녀 응답자가 유자녀 응답자보다 30%p 정도 낮다. 낳아본 사람만이 향유하는 권리인 것이다.

 

정부가 저렴한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고용하여 자녀를 키우라는 기조를 내세우는 것은 자녀 돌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강조하고 돌봄의 가치를 평가절하하여 자녀 출산 의향을 오히려 저하할 가능성이 높다. 자녀를 돌보는 것이 힘든 일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자녀를 돌보기 ‘싫다’는 것과 여러 상황으로 인해 잘 돌보기 ‘힘들다’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며, 많은 부모들은 자녀를 더 잘 돌보고 싶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전국 2만 2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2년 전국 일-생활 균형 실태 조사」 결과에 의하면 본인의 노동시간을 유지하면서 기관이나 타인에 의한 양육서비스를 지원하는 것보다 자녀를 직접 돌볼 수 있도록 노동시간에 대폭 변화를 주는 지원을 선호하며, 이러한 선호는 성, 연령, 혼인상태, 자녀 유무, 학력,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일관된 결과가 나타난다(변수정 외, 2022).

 

외국인 가사관리사 정책의 방향성이 자녀를 직접 돌볼 수 있는 시간을 늘려달라는 국민들의 요구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녀를 직접 돌볼 때 자녀의 성장을 보는 것이 기쁨이라는 보상이 된다. 보상이 없이 비용만 존재하는 일은 누구도 하기를 원하지 않고, 하기를 기대해서도 안 된다. 부모가 자녀를 돌볼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와 돌봄의 권리-의무 간 접점을 지원하는 정책이 확립되지 않는 이상 저출생 상황의 개선은 다가오지 않을 미래이다. 


1) 아이돌봄서비스. https://www.idolbom.go.kr/front/

2) 고용노동부에서 2023년 10월 20일까지 구체적 기준은 발표하지 않았다

3)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수요조사의 개요와 결과에 대해 발표한 자료는 없고,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국정감사 자료로 받은 결과를 보도한 내용이다. 연합뉴스. 2023.9.15. “기혼자 55.6%가 외국인 가사근로자 자격으로 경력 중시”

참고문헌

학술 자료

김유휘 외. 2021. 「돌봄서비스의 외국인 종사자에 관한 기초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종서 외. 2021. 「2021년도 가족과 출산 조사-(구)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수정 외. 2022. 「2022년 전국 일-생활 균형 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진미정 외. 2022. 『가족과 돌봄』. 도서출판 하우

허정원. 2023. “세계 대도시 시민들과 비교한 서울시민들의 젠더와 돌봄에 대한 인식”. 한국가족정책학회 춘계학술대회, 2023.6.3

관련 기사

동아일보. 이미지. 2023.5.26.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육아 쉽게“ vs ”수요 의문“.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30525/119487037/1. 2023. 9.12. 최종접속

조선일보. 이태희. ”정부, ‘외국인유학생 가사도우미’ 허용·‘가사도우미’ 전용비자 검토“. 2023.9.5. https://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9/05/2023090590201.html. 2023.10.20. 최종접속

중앙일보. 나상현. 오세훈 ”월200만원 내라? 많이 없을 것“ 외국인 가사관리사 불협화음. 2023.8.2.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2037 2023.9.14. 최종 접속

한겨레. 박다해. 손지민. 2023.5.10. ‘저출생 1위’ 홍콩 따라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부·서울시의 ‘값싼’ 정책.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091145.html. 2023.9.12. 최종접속

정부 자료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2023.5.25.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관련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습니다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2023.7.31. 외국인 가사근로자 시범사업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습니다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2023.8.2. ”아줌마“, ”이모님“ 아닙니다. 가사관리사(관리사님)으로 불러주세요

고용노동부 보도설명자료. 2023.9.2.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희망하는 국민이 안심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면밀히 준비하겠습니다

고용노동부 공고 제2023-456호. 2023.9.15.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서비스 제공기관 모집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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