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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다 못쓴 예산 46조 아닌 '사실상' 11조라는 정부

by 루스벨라 2024.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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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의 쏙쏙통계 ]작년 다 못쓴 예산 46조 아닌 '사실상' 11조라는 정부

 
결산상 46조 역대 최대···세수펑크 영향
교부금 감액 등 제외하면 '사실상' 11조
지방재원으로 만회한 셈···지방부담 커져
지자체 자체 재원 활용 규모는 미공개
[서울경제]

지난해 정부가 편성하고 사용하지 못한 예산이 4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예산·회계 시스템을 개편한 2007년 이후 사상 최대치였습니다. 내부 거래 등을 제외하고 집행하지 못한 ‘사실상 불용’ 예산 규모도 11조 원에 이르렀습니다. 불용액이 많다는 건 정부가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과다 책정했거나, 나랏돈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쓰지 못한 예산이 46조 원이라면서 ‘사실상 불용’ 11조 원은 무슨 말일까요. 정부가 역대급 불용을 결산상과 사실상으로 나눈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봤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2023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결산상 불용액은 45조 7000억 원으로 이는 2022년(12조 9000억 원)에 비해 3배 넘게 불어난 것입니다. 애초 지난해 쓰기로 했던 예산 540조 원 중 실제 지출액은 490조 4000억 원에 그쳐 집행률은 90.7%였습니다. 불용규모의 비교 가능한 시점(디지털 예산회계시스템 도입)인 2007년 이래 역대 최대 금액이고, 과거 연간 10조 원 안팎이었던 정부의 ‘못 쓴 돈’이 지난해엔 대폭 늘어난 것입니다.

정부 작년에 ‘못 쓴 돈’최대···세수펑크 영향

이처럼 돈을 쓰지 않은 것은 ‘세수 펑크’ 영향이 컸습니다. 국세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줄면서 그만큼 예산을 집행하지 못한 것입니다. 지난해 총세입은 497조 원으로 전년 예산(534조 원)보다 37조 원 줄었습니다. 특히 총세입 중 국세수입은 344조 1000억 원으로 예산(400조 5000억 원)보다 56조 4000억 원이나 덜 걷히며 세수의 40%인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교육청 이전액이 18조 6000억 원 감액됐습니다. 여기에 정부 세수를 재원으로 사용처가 정해진 특별회계·기금에 지급하기로 했던 돈이 16조 4000억 원(일부 중복 집계 포함) 줄어들었습니다.

실제 지난해 역대급 세결손에 세수재추계에 나선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정부는 세수 부족에도 불구하고 민생·경제 활력 지원 등 재정 사업이 차질 없이 집행될 수 있도록 가용 재원 등을 활용해 대응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당시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가용 재원으로 든 게 세계잉여금과 외국환평형기금, 예산을 사용하지 않는 불용이었습니다. 이럴 경우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명목으로 지방에 내려보내는 23조 원가량을 제외한 중앙정부 세수 결손분 35조 원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결산과 사실상의 불용···교부금 해석차이

46조 원과 11조 원의 결산과 사실상의 불용 차이는 23조 원 즉 지방에 내려보내는 돈에서 발생했습니다. 기재부는 ‘역대 최대 불용액’이라는 지적에 ‘사실상 불용’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세 수입이 부족해지자 이와 연동해 지자체에 보내는 지방교부세를 18조 6000억 원 감액 조정했고, 회계·기금 간 중복 계상되는 내부거래 16조 4000억 원, 예비비 미집행분 3조 3000억 원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불용'이 10조 8000억 원이라는 것입니다. 즉 ‘결산상 불용’인 45조 7000억 원에는 실질적인 불용이 아닌 지방교부세 감액 조정 및 정부 내부거래가 포함돼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해가 되시나요.

이와관련 기재부의 추가 설명을 다시한번 보겠습니다. 기재부는 “지자체가 보유한 일종의 예비금인 통합재정안정화기금과 기금 자체 재원 등을 통한 보전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중앙정부가 재정 집행을 하지 않아 불용액이 커진 ‘결산’이 있지만지방정부가 보유한 예비금 등이 사용돼 ‘사실상'이라는 개념이 나오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정부가 세수부족에 지자체에 내려보내야 할 교부금을 줄여 불용액이 커졌지만 지방정부와 각종 기금 여유 재원으로 만회돼 실질적인 불용이 4분의 1 수준이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지자체의 자체 재원 등을 활용한 규모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해 9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수 재추계 결과 및 재정대응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일 예산실장. 연합뉴스

 


역대급 세수 부족에 지방정부가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인데 이마저도 주먹구구식이었습니다. 앞서 눈치 채신 분도 있겠지만 지난해 9월 세수재추계 당시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명목으로 지방에 내려보내는 23조 원 가량을 제외한다고 했는데, 이번 발표에선 18조6000억 원을 감액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불용도 11조 역대 최대

지난해 말 행정안전부가 기재부와 협의해 약 3조 원 가량을 지자체에 추가 교부한 것입니다. 정부는 연말 들어 국세 수입이 재추계 당시보다 개선되자 갑자기 교부세와 교부금을 3조 원 추가로 내려보냈습니다. 3개월도 내다보지 못한 재추계로 지자체에 3조 원이나 되는 돈을 더 빼고 더 주는 결정을 내린 셈입니다. 기재부가 결산상 불용을 기준으로 쓴 기사에 눈을 치켜뜰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영화 대사를 빌리자면 “뭣이 중헌디”싶습니다. 기재부가 강조한 ‘사실상’ 불용액마저도 1년 전 보다 3조 4000억 원 증가해 정부회계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최대 금액을 기록했습니다.

 
 
 
 
 
 
 
세종=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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